소련 해체 후 인공위성 발사용으로 사용된 ICBM

NATO 코드명 ‘사탄’으로 유명한 소련의 R-36 ICBM. 그 크기도 대단하고 최대 50개의 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다탄두 버전도 있어 1발로 어느 정도 국가 멸망도 충분히 가능한 놈이었습니다.냉전 종식 직후 한국을 방문한 소련 장군이 “한국은 R-361발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이 유명합니다.그러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 미사일은 단 한 발도 실전에서 사용되지 않고 탈냉전을 맞이하여 곧 제2의 인생을 살게 됩니다.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놓는 우주로켓, ‘도네플루(Dnepr) 로켓’에서요.

1999년 첫 발사에 성공한 도네플루 로켓은 냉전 종식 후 상태가 좋은 R-36 계열 ICBM을 모아 개발사인 우크라이나 유즈노에 설계국에서 간단한 개조를 거쳐 우주로켓으로 개조돼 만들어졌습니다.다만 탄두 부분을 위성으로 대체한 수준이었지만 신뢰성은 상당히 높아 22회의 발사 중 1회를 제외한 모든 발사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또 누군가 다탄두 미사일이 아닐까 싶어 2007년 14개의 위성을, 2013년에는 무려 32개의 위성을 단숨에 궤도에 올리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ICBM 기반이기 때문에 위성을 발사할 때도 저렇게 ICBM 지하 사일로에서 발사가 됩니다.다만 목표물이 지구가 아니라 우주 공간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인데요.우리나라도 이 도네풀 로켓에 신세를 진 적이 있습니다.2013년 11월 21일 이온엔진 실험용 위성인 ‘과학기술위성 3호’를 도네풀 로켓에 실어 발사한 것입니다.이때가 위에서 언급한 32개를 한꺼번에 쏜 사례인데 다행히 아무 문제 없이 궤도에 안착했습니다.드니에플 로켓은 16년간 지속적으로 발사되었으나 이제 남은 R-36 미사일이 부족하고 개조를 담당하는 우크라이나와 발사를 담당하는 러시아의 관계도 심상치 않아 2015년 3월 25일 22차 발사를 끝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막 설립했을 당시 이 로켓을 통째로 사려고도 했지만 결국 무위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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